책읽기

친밀한 이방인_정한아

한 용 석 2018. 5. 3. 12:29

P183

 "실제로 난파선을 본 적 있으세요?"

 진은 자그마한 소리고 엠에게 물었다.

 "아니요. 하지만……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본 경험은 있지요"

 엠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그곳은 모든 게 희박해요. 공기도, 빛도, 소리도 형체를 가지지 못하고 뿌옇게 무리 지어 머물다 사라져버리죠.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도 점성이랄까 강도랄까, 그런 것들이 약해져서 풀어지고 주변으로 흡수되어버리는 거에요."

 "두려울 것 같아요."

 "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감정조차도 흐릿해지거든요 다만 무료할 뿐이에요."

 "무료하다고요?"

 "혼자니까, 절망적으로, 끔찍하리만치 혼자니까요."

 진은 천천희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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