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유토피아 - 리아 페이-베르퀴스트, 정희진 외 지음 김지선 옮김

유토피아에도 투쟁이 있을까  / 인터뷰 : 멜리사 헤리스-페리  내용 중.

 

P159

성폭력이 없어지면 뭐가 달라질까요? 하루하루 일상에서요.

 

 진짜 일상적인 방식으로, 여성에게 이동의 자유를 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정치와 경제 체제 전반에서 혁명을 불러오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들이 하루 중 어느 때든 집에서 나서고 어디로 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저는 정말이지 상상도 안 돼요. 남자들의 특권 중 하나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공공장소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게 상대적으로 특권층인 남자들한테 해당되지만요. 제가 알기로는 확실히, 뉴올리언스의 우리 동네에 사는 아프리카계 남자애들은 밤낮없이 아무 때나 집을 나서도 괜찮다고 느끼지는 않거든요. 그 애들도 폭력을 두려워해요. 성폭력이 아닌 다른 폭력이죠. 그리고 그 공포가 그 애들이 어떤 인간이 되는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가 아주 빤히 보여요. 그게 우리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세계가 만들어지는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도 보이고요. 어떤 집단으 사람들이 공공 안전을 두려워할 때 무신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어요. 이 어린 남자야들한테서 보이거든요. 그 애들한테 그게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보인다고요.

  여자들은 그 공포가 문화에 너무 깊숙이 심어져 있어서 오히려 그걸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흑인 남자아이들이라면 그들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백인 성인 남성이라는 비교 대상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가 밤에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할 것 같아 보이진 않죠. 하지만 여자들은, 심지어 엄청난 특권층 여성이라도 사정이 달라요. 툴레인대학교에서 제가 가르치는 백인이고 부자인 여학생들만 해도 그래요. 이 학교의 모든 여자아이는 자신의 신체적 안전에 항상 신경을 써요. 그걸 신경 쓰는 동안 다른 중요한 데 신경을 못 쓰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경제학 과제에 신경을 못 쓰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언제가 영화 제작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음악을 접하게 될지도 모르는 콘서트에 못 갈지도 모르고요, 물론 사소한 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청난 일일 수도 있잖아요! 여자가 아동기부터 줄곧 안전과 온전한 몸을 생각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와 공간 때문에 그대신 다른 것들을 처리할 수 있는 뇌의 여유 공간을 빼앗긴다는 것만은 제가 확실히 알아요.

 

P303

 어느 흔한 밤, 어느 흔한 술집에서 내용 중. / S. E 스미스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차이를 수용하는 사회에서, 유토피아 전에 여자들이 감당해야 했던 1,000여가지 작은 상처들은 1,000가지 소소한 수용의 몸짓과 환영에 자리를 내준다.

P394

 페미니스트 헌법 내용 중. / 캐서린 크로스

 모든 이가 생명과 존엄성의 필수 조건들에 대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오래전 '생명권'이라는 말이 여성의 인격은 무시한 채 태아의 인격을 발명하려고 한 극우 보수파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진정한 생명권은 어떤 모습일까?

 트랜스젠더에게 생명권은 우리 자신이 살 만한 인생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의료비와 자기 변화를 위한 권리를 뜻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꿈꾸는 재생산 보건과 같은 맥락으로, 같은 이유로 시작될 것이다. 생명권은 곧 가정을 가질 권리, 식량을 구할 권리, 편견과 다양한 폭력의 징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뜻할 것이다.

 이는 '형사 행정학'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재활과 공동체 구축을 그 제도의 핵심 사업으로 삼는다는 뜻이리라.

 그 산물은 유의미하게 상호 교차하는 삶과 법의 복잡한 문제들에 우아하게 대응하고, 실제 인간들의 경험적 삶의 현실에서 시작하는 법학이다. 헌법의 고고한 모호함은 그 기원, 수천 미터 높이의 창공을 나는 사회의 전망을 보여 준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헌법은 지상에서 일어나 하늘을 향한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번영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고, 그것을 위한 자양물로 제공한다. 우리가 자유로워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는 우리 자신이 알고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