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3
당은 오세아니아가 유라시아와 절대로 동맹을 맺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가 겨우 4년 전 유라시아와 동맹을 맺었다는 걸 알고 있다. 도대체 이 지식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바로 그의 의식 속에, 그것도 여차하면 아주 없어져 버릴 그의 의식 속에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만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당이 하는 거짓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모든 기록들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되는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고 당의 슬로건은 말한다. 그러나 과거로는 본질상 변질될 수 있음에도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지금 진실한 것은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까지 진실하다. 극히 간단했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말소하는 거뿐이다. 그들은 이것을 '현실제어'라 했다. 신어로는 '이중사고'
무섭다. 도대체 둘 더하기 둘이 넷이란 걸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중력이 작용한다는 건? 과거는 변화할 수 없다는 건? 과거와 외적 세계가 오직 정신 속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정신 자체는 지배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들은 의식이 들기까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란이 일어나기까지 그들은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P92
결국 당은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라고 발표해서 그걸 믿게 만들 것이다. 조만간 그런 주장을 해올 게 분명하다. 그들의 논리가 그렇게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체험의 가치뿐 아니라 외적 현실의 존재마저 그들의 철학에 의해 은연중 부인될 것이다. 이단자의 이단자가 정상적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죽이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그들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게 무섭다. 도대체 둘 더하기 둘이 넷이란 걸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중력이 작용한다는 건? 과거는 변화할 수 없다는 건? 과거와 외적 세계가 오직 정신 속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정신 자체는 지배할 수 있는 것이라면 ―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가?
P93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자유이다. 그 자유가 허용된다면 그 밖의 모든 것은 이에 따르기 마련이다.
P106
그들은 조그만 물건은 볼 수 있지만 커다란 것은 못 보는 개미와 같은 존재다. 그리하여 기억은 없어지고 기록된 자료마저 날조되면 인간의 생활조건이 개선되었다는 당의 주장은 검증해 볼 기준이 없어지고, 또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로 인정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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