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도 1963년 9월에 이 땅에 태어났으니 살았으면 서른 살……
나는 나 혼자 서른 살이 되었다. 죽은 이는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가 살았으면 서른 살이 되었을 거라고, 추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가족일 것이다. 그애가 살았으면 지금 몇 살이던가. 서글픈 마음에 나이를 헤아려보는 건 가족들만이 갖는 추억의 방식이다. 가족 이외의 다른 이들은 나이로 죽은 이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를 더 이상 자라게 하지 않는다. 죽은 이가 그 자신에게 와서 머물렀던 때의 냄새, 몸짓, 움직임, 시선, 그가 불렀던 노래…… 그렇게 다만 한때로…… 수줍음, 고개숙임, 말 더듬거림, 퉁퉁 부어오린 발, 확 퍼지는 푸른색 플레어 치마, 왕릉의 산책, 오래오래 이어지던 칫솔질, 잘 있어, 빨갛게 상기되어 내밀던 손, 마지막으로 그앨 봤던 그 지하철 입구, 그런 것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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