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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급투쟁 -슬라보예 지젝

한 용 석 2016. 5. 1. 20:01

이스라엘 외무부 차관 치피 호토블리는 외무부 신입 직원들에게 행한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 영토의 소유권은 유대민족에게 있음을 공식석상에서도 망설이지 말고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신이 유대민족에게 땅을 영원히 주었는데 거리낄 게 뭐냐고 주장했다. 호토블리는 중세의 유대인 랍비 라시가 창세기를 해석하고 쓴 글을 인용했다. "성경에서 이르기를 그가 그들에게 뭇 나라의 기업을 주사 그가 행하시는 일의 능력을 그들에게 알리셨도다 했느리라(시편111장 6절). 세계의 나라들이 이스라엣을 향해 너희는 가나안에서 살던 일곱 개 국가의 땅을 빼앗았으니 도적이다 하고 말하면 이스라엘은 이렇게 대답하라. 세계 전체는 주님의 것이라. 주님이 땅을 지으셨으며, 뜻대로 다시 땅을 거두어 우리에게 주셨노라." 호토블리는 이스라엘이 오늘날에도 분명하게 이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제야말로 우리가 권리를 가졌다고 세계를 향해 말할 때다. 우리가 옳다. 그리고 우리가 똑똑하다."


 영토의 소유권 문제에 신을 원용하는 이런 노골적인 합리화 시도가 종교적 근본주의가 아니라면 대체 이 개념은 뭐란 말인가. 그러나 마지막 문장은 분명 노골적이고 냉소적으로 비틀었다."우리가 옳다. 그리고 우리가 똑똑하다." 신이 우리에게 이 땅을 주었다고 주장한 점에서 우리는 '옳다'. 그리고 이런 주장이 말이 되지 않는 소리임을 알면서도 종교적 합리화를 천연덕스럽게 말하기에 우리는 '똑똑하다.'


 신이 유대민족에게 이스라엘 땅을 주었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의당 이런 의문이 든다. 어떻게? 구약은 이에 대한 답을 피바람이 부는 인종 청소로 묘사한다.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된 뒤 이스라엘 민족은 약속의 땅에 도착한다. 이 땅에 이르자 신은 유대민족에게 땅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가나안족)을 남김없이 죽이라고 명한다."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이 민족들의 성읍에서는 호흡 있는 자를 하나도 살리지 말지니"(신명기 20장 16절). '여호수아'는 이 명령의 수행을 이렇게 묘사한다."그 성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바치되 남녀노소와 소와 양과 나귀를 칼날로 멸하니라"(6장 21절). 몇 장 뒤에는 이런 묘사가 등장한다. "이와 같이 여호수아가 그 온 땅, 곧 산지와 네겝과 평지와 경사지와 그 모든 왕을 쳐서 하나도 남기지 아니하고 호흡이 있는 모든 자는 다 진멸하여 바쳤으니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것과 같았더라"(10장40절)." 이 성읍들의 모든 재물과 가축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탈취하고 모든 사람은 칼날로 쳐서 멸하여 호흡이 이ㅆ는 자는 하나도 남기지 아니하였으니"(11장14절). 성경은 여호수아가 신의 명령에 따라 날카로운 칼로 단 한 명의 생존자 없이 모든 주민을 살해하고 정복한 도시 이름을 차례로 언급한다.(10:28, 30, 33, 37, 39, 40 ;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