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이고 싶은 길이다
개 더리고 호이호이 희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괴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을 길이다
------------------------------------------------
솔포기 : 가지가 다보록하게 퍼진 작은 소나무
엎데서 : '엎드려서'의 고어
땃불 : 땅불. 땅 위에 아무렇게나 질러놓은 불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성가도 - 남행시초 3 - 백석 (0) | 2016.03.28 |
---|---|
통영 - 남행시초 2 - 백석 (0) | 2016.03.23 |
탕약 - 백석 (0) | 2016.03.15 |
황일(黃日) - 백석 (0) | 2016.03.14 |
연자간 - 백석 (0) | 2016.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