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를 벗어나니 좋던가
편안한 건물에서 때맞춰 주는
부드러운 밥을 먹으니 행복하던가
네 몸에 흰 눈송이 같은 기름이
곱게 박혀 비싸게 팔려가니 좋던가
내 오만한 콧대에 겸손의 코뚜레를 꿰어
고삐 달린 굴레를 묶어다오
내 무기력한 등에 묵직한 멍에를 씌워다오
저 눈 녹을 대지에서 논밭을 갈고 싶다
지치도록 무논에 써레질을 하고
노을 지는 귀갓길에 수레를 끌고 싶다
이 땅에 더이상 자유롭게 뛰어다닐
야생의 초원이 없다면 차라리 나는
육우肉牛가 아닌 오래된 역우役牛이고 싶다
쟁기질하는 소가 되어 뒤돌아보지 않고
묵은 땅을 갈아엎다 쓰로지는 역우이고 싶다
값비싸게 살찌워져 팔려가는
내 저주받은 자유를 가져가라
나는 대자연의 굴레와 노동의 멍에에 묶여
평화의 농사를 짓는 단내 나는 입김을 날리며
분투하다 쓰러지는 역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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