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카인 - 주제 사라마구

한 용 석 2016. 2. 12. 11:41


P116

 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왜 그녀가 그런 벌을 받아야 했는지 그 이후로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호와가 호기심을 치명적인 죄로서 벌하고 싶어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지능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만일 하와가 아담에게 그 열매를 먹으라고 주지 않았다면, 하와 자신인 그것을 먹지 안았다면, 그들은 여전히 에덴동산에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그 생활이 얼마나 지루할지 잘 알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우연히 아브라함이 여호와와 이야기를 했던 곳에서 잠깐 발을 멈추었고, 그때 카인이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아브라함이 물었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틀림없이 죄 없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여호와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내게 하신 약속을 지켰겠지요.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죄가 없었을 텐데요. 맙소사, 아브라함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신음 같았다. 그래요, 노인장의 하나님일지는 모르나 그 사람들의 하나님은 아닌 거지요.


P163

 카인이 말했다, 만일 내가 들은 대로 욥이 그 모든 부에도 불구하고 선하고 정직한 사람이 맞고 또 신앙도 깊다면 그 사람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돈과 소유를 모두 잃는 벌을 받을 참이라니, 다른 많은 사람들은 여호와가 의롭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할 수 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아브라함에게 일어났던 일이 떠오르는군요, 여호와는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아들 이삭을 죽이라고 명령했었지요, 여호와가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왜 그 사람들이 여호와를 신뢰해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여호와의 방식은 불가사의해서 우리 천사들도 그 마음의 움직임을 헤아리지 못한다.

, 나도 여호와의 방식일 불가사의하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들을 만큼 들었습니다. 카인이 대꾸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유리창처럼 맑고 투명해야지요, 항상적인 공포와 두려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요.

너한테 생명을 준 이가 하나님이이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에게 생명을 주었지요, 둘이 몸과 몸으로 결합하여 태가 태어난 겁니다. 그 행동을 하는 자리에 하나님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다.

특히 사람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할 때는 계시더라고요, 보세요, 소돔에서 불에 타 죽은 아이 단 하나의 죽음만으로도 즉시 하나님은 유죄가 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하나님에게 정의란 텅 빈 말이죠, 그리고 이제 하나님의 내기 때문에 욥이 고통을 받을 텐데 아무도 하나님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을 겁니다.

조심해라, 카인, 지금 말이 너무 많다, 여호와가 듣고 계시다, 조만간 너를 벌할 거다.

여호와는 듣고 있지 않습니다, 귀머거리니까요, 도처에서 가난하고 불행하고 비참한 자들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세상이 그들에게 거부하는 어떤 구제를 하나님이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호와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여호와는 우선 히브리인과 계약을 맺었고, 이제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러니 신일 있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