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 백석

한 용 석 2016. 2. 4. 18:21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

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아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에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

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

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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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다 : 삭다.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가제 : '갓' '방금'의 평안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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