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 임길택

한 용 석 2015. 12. 1. 08:34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아버지는

나를 업어주셨고

내 팽이를 깍아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잘려나가

어버지의 손가락 생각을 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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