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 - 백석

한 용 석 2015. 11. 16. 08:15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개 났다

   쓸쓸한 낯이 넷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뉘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라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

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

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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