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몽 1 - 정지용

한 용 석 2015. 10. 29. 08:29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려십니까.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 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려십니까.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려십니까.

 

물 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려십니까.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려십니까,

 

창밖에는 참새 때 눈초리 무거웁고

창 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 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려십니까.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려울 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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