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 반 - 정지용

한 용 석 2015. 10. 26. 08:18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치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 하늘에 흰 꽃을 단 고산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 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나간 시름의 황혼길 위

나―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창 1 - 정지용  (0) 2015.10.28
호수 1 - 정지용  (0) 2015.10.27
향수 - 정지용  (0) 2015.10.23
해당화 - 한용운  (0) 2015.10.21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0) 201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