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은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한 용 석 2013. 11. 20. 12:31

2013. 11. 18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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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내고 보니,

놓고 가신

작은 선물

향기로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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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끈이 풀렸다

나 다녀간다 해라

먹던 차는

다 식었을 게다

새로 끓이고,

바람 부는 날 하루

그 결에 다녀가마

몸조심들 하고

기다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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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20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1940년 1월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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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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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지금 당신에게 가장 주요한 일과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얘기해 주세요라고

톨스토이에게 물었답니다. 그러자 답하길,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인터뷰다라고 했습니다.

 

순간을 사랑할 줄 하는 조르바는 이런 말도 합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 있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이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