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쯤 지나면
그때는 모두 밝혀지리라
그렇게 오늘
우리를 슬프게 하던
그 무수한 사건의
두 조각 선악으로 그날 드러나리라
누가 애타게 흐느낀
한마디 울음
한 구절의 시
또는 내가 아무렇게나 짓거린 말이며
무엇인가 한동안 몹시 기다리던
우리의 안타까움 같은 것
그것들은 모조리
오늘과는다른
기막힌 형상을 이루오리라
백년 쯤 지나면
그때는 우리 모두 죽어 없어져도
저마다의 이름은 숨길 수 없이
여러 가지 색깔로 그날 드러나리라
그리고 오랜 날을
진흙에 빛을 잃었던 구술이면
저 눈보라에 파묻혔던
당신의 음성도
어디선가 은은히 들려오리라
*시집 <어두운 지역> 중에서(1956년 8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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