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후 - 하인

한 용 석 2016. 6. 13. 08:25

백년 쯤 지나면

그때는 모두 밝혀지리라

 

그렇게 오늘

우리를 슬프게 하던

그 무수한 사건의

두 조각 선악으로 그날 드러나리라

 

누가 애타게 흐느낀

한마디 울음

한 구절의 시

또는 내가 아무렇게나 짓거린 말이며

무엇인가 한동안 몹시 기다리던

우리의 안타까움 같은 것

 

그것들은 모조리

오늘과는다른

기막힌 형상을 이루오리라

 

백년 쯤 지나면

그때는 우리 모두 죽어 없어져도

저마다의 이름은 숨길 수 없이

여러 가지 색깔로 그날 드러나리라

 

그리고 오랜 날을

진흙에 빛을 잃었던 구술이면

 

저 눈보라에 파묻혔던

당신의 음성도

어디선가 은은히 들려오리라

 

*시집 <어두운 지역> 중에서(1956년 8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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