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내 살고 싶은 곳 - 이은상

한 용 석 2016. 5. 13. 08:06

어느 잡지사에서 '당신의 일생을 어디 가서 보내고 싶습니까' 하는 설문이 왔을 때 대답해 보낸 노래.

 

산은 근심으로 싸어 울멍줄멍 솟아 둘리고

물은 여흘여흘 눈물 띄워 흐르닌 나라

가서 내 살고 싶은 곳

거기는 또 내 묻힐 곳

그 땅엔 씨 뿌려도 거두어 띠끌만 남고

방울방울 땀 흘려도 원망이 된 뿐인 나라

그래도 그 나라만이

내게 허락된 나라다

 

봄이 와 꽃은 피어도

꽃 아래 즐길 이 없고

아름다운 새소리에도 역증이 나건마는

가려네 울면서라도

그 나라로만 가야겠네

 

나는 울면서 가도 내가 가야만 웃음 필 나라

내 발로 내 손으로 가꾸어 기름질 나라

가서 내 살고 싶은 곳 거기는 또 내 묻힐 곳

           

                                            1935. 9. 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격(檄) - 이은상  (0) 2016.05.14
오뚝이 - 이은상  (0) 2016.05.14
소경 되어지이다 - 이은상  (0) 2016.05.13
금강에 살으리랏다 - 이은상  (0) 2016.05.13
옥류동 - 이은상  (0) 201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