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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기록하라 - 녹두밭 윗머리 사람들 中- 전무용, 이은식

한 용 석 2015. 12. 15. 12:17

  "떡을 쬐금 했어. 한 번 먹어볼텨?"

  "어이구, 웬 떡은유? 나두 떡 좋아해유, 한 접시 내놔 봐유."

  아주머니가 콩가루를 노르스름하게 켜켜로 올린 떡을 한 그릇 가져온

다. 그런데 젓가락이 아니고 숟가락을 내밀면서 웃는다.

  "먹어 봐. 별미 떡이여, 다른 데선 구경 못해 봤을 거여."

  "근디, 떡을 먹는디 워째 저범이 아니구 숟갈이래유?"

  "그건 저범으로 먹는 게 아니구 숟갈루다가 먹는 떡이여."

  아주머니는 말하면서 또 웃는다. ㅂ씨가 숟가락을 들고 한 술을 뚝 떠서

입 안으로 가져간다.

  "아주머니. 이건 떡이 아니구 비지잖어유?"

  아주머니가 깔깔대고 웃으면서 말을 받는다.

  "아, 우리가 생전 떡을 못해 먹으닝께 막내 딸년이 떡 점 해달라구 햐. 그

래 저 밑이 두부하는 집이 가서 비지를 쬐금 읃어다가 그걸 해 안쳐서 콩고

물 발러주닝께, 이년이 우리두 떡 해먹었다구 으짤 줄을 모르구 좋아하더

라구……."

  아주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 말을 듣는 ㅂ씨도 웬지 모르게 목

이 콱 메인다. 가슴이 뭉클해지며 양쪽 어깻죽지로부터 힘이 쫙 빠져 나가

고 온몸이 져려온다.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는 얘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떡 한접시를 아주 맛있다는 듯이 먹었다.

  "맛있네유, 아주머니 맛있슈……."

  아주머니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 떡 접시를 바라보며 한없이 운다. ㅂ씨

는 또 어깻죽지가 져려왔다.

  ㅂ씨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을 맺었지만 사랑방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한동안 입을 열러 하지 않았다. 누구는 담배를 꺼내 물었고, 또 누군가는

자기 술잔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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