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자료

[이용대의 산행상담실] 적설기 눈의 상태에 따른 고려사항은?

한 용 석 2010. 2. 18. 10:54
[이용대의 산행상담실]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적설기 눈의 상태에 따른 고려사항은?


Q 적설기 등산에서 참고해야할 눈 표면의 상태 변화에 따른 운행시 고려할 사항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상혁
서울시 중구 초동


A눈의 결정체는 대기 중 수증기가 빙점 아래의 온도에서 응축될 때 형성되며, 신설의 경우 수분이 30%, 공기함유량이 70% 차지하며, 때로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하는데, 산에 내리는 눈은 평균 7~10%가 수분입니다. 이것이 눈에 대한 화학적인 정의이지만, 눈은 표면의 변화에 따라 무빙(霧氷), 서리, 분설(粉雪), 싸라기눈, 사스트루기, 눈처마, 선컵 등 눈 표면의 상태가 변화하기 때문에 겨울 산을 등반할 때는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빙은 안개가 얼어붙은 하얀 색의 불투명한 서리입니다. 이 종류의 눈은 나무나 바위같이 바람에 노출된 물체에 형성되며, 밀도가 높고 딱딱한 표면을 형성하며, 부스러지기 쉽고 바위나 얼음 표면에 있을 때는 불량한 확보지점이 됩니다.

서리는 지면 높이에서 만들어지는 눈으로, 대기 중 수증기가 고체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단단한 물체 위에 형성됩니다. 눈의 표면에 내린 서리는 표면서리라고 부르며 매우 미끄럽습니다. 분설은 솜털 같은 가벼운 신설을 말하며, 가랑눈 또는 세설(細雪)이라고 부르며, 접착력이 없고 공기가 대부분으로 푸석푸석하며, 건조한 표층눈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종류의 눈 위에서 글리세이딩 등 하중을 가하면 눈사태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새로 내린 눈의 밀도는 기상조건에 달려있지만 일반 원칙은 온도가 높을 수록 눈의 밀도가 더 무겁고 더 습합니다. 싸라기눈은 눈의 표면층이 녹고 얼기를 반복하면서 형성되며, 등산 중에 스텝키킹을 하기에 좋은 상태지만, 오후 늦게 녹은 다음에는 너무 두껍고 끈적끈적해서 운행하기가 어려우며, 눈 아래층의 녹은 물이 흐를 때는 습한 표층눈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사스트루기(sastrugi)는 눈 표면이 바람에 씻겨 물결(파도)과 같은  무늬나 울퉁불퉁한 모양이 만들어진 것을 말합니다.  무늬가 각양각색이며, 바람의 영향을 받는 완만한 사면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스트루기는 겨울철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미여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찍는 장면이 되기도 합니다. 사스트루기는 겨울철 건조한 눈이 강한 바람에 의해 굳어지는 윈드크러스트(wind-crust)가 되어 표면이 단단해진 경우가 많으며, 러셀 때문에 고생스러울 때 사스트루기 지대를 만나면 단단한 눈 위로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쾌적한 루트가 되기도 합니다. 한번 쌓인 눈이 크러스트가 되면 눈사태의 염려는 없으나 그 위에 신설이 쌓이면 눈사태의 위험이 따릅니다.  또한 바람에 휘날린 눈 입자가 바람이 약한 장소에 쌓여있는 상태를 설판(雪板)이라고 하며, 이런  곳은 눈사태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사스트루기는 나무가 없는 높은 능선이나 평원 등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곳에 생깁니다.

우리나라 말로 눈처마라고 불리는 커니스(cornice)는 능선이나 벼랑 끝에 지붕처마처럼 얼어붙어 튀어나온 설층으로, 절벽의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쌓여서 매달린 오버행입니다. 커니스 위를 걷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너지는 커니스 덩어리는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하며, 눈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등반 중에 커니스를 만나면 피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입니다.

선컵(sun-cup)은 눈 표면에 작게는 2~3cm, 크게는 60~70cm 정도로 패어있는 구덩이로 그 크기가 다양합니다. 태양의 복사열에 의해 생기며, 대체로 날씨가 오랫동안 맑아 있으면 선컵은 깊고 넓게 패어있기 때문에 보행할 때 불편합니다. 울퉁불퉁한 선컵의 표면을 걸어 올라가는 일은 등반자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선컵은 ‘삭마(削磨)구멍’이라고도 합니다.

겨울 산을 등반할 때는 눈 표면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등반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예방해야 합니다.
 
>>눈에 묻힌 등산로 헤쳐나가는 방법은?

Q 등산로가 눈에 묻혀 걸어 나가기가 어려울 때는 어떤 방법으로 눈길을 헤쳐 나가야하는지요? 흔히들 말하는 러셀은 어떤 요령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요?

문숙희 대전시 선화동

A흔히 러셀(russel)이라고 부르는 눈길내기는 제설차를 만든 미국 제조회사의 이름을 딴 등산용어이며, 우리말로는 눈길 뚫기, 눈 다지기, 눈 헤쳐나가기, 제설작업 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적설기 등산에서 선두가 깊은 눈을 헤쳐 나가며 눈길을 뚫는 방법을 말하며, 무릎 이상 눈이 쌓여 있을 때는 발이 눈 속에 빠지지 않도록 설피나 스키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설피는 운행속도를 더디게 하고 걸음걸이를 불편하게 합니다.

적설량이 많을 때 산길을 뚫고 운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러셀은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교대로 러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혀 길이 뚫려 있지 않은 구간을 운행할 때는 먼 거리를 계속해서 길내기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적설기 산행이기도 합니다. 눈의 깊이가 정강이 이하일 때는 걸어 나가듯이 길을 내면 되지만 무릎 이상 빠질 때는 평상시에 비해 몇 배의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며, 이런 상황에서는 무릎으로 눈을 다지면서 운행해야 합니다.

러셀할 때는 지형을 살펴서 눈이 적게 쌓인 곳을 골라 운행해야 체력소모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의 산길을 따라가며 길을 내는 것이 좋지만, 쌓인 눈이 많거나 초행인 산길에서는 기존의 산길을 찾는 일이 어렵습니다.

적설기 산행대상으로는 평소 지형을 잘 아는 산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눈이 많이 쌓인 계곡 보다는 바람이 많은 능선길이 적설량도 적고 눈이 단단하게 굳어있어 걷기가 쉽습니다. 또한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은 적설량이 훨씬 적기 때문에 걷기에 좋습니다.

러셀할 때 중요한 것은 체력의 안배입니다.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보폭도 줄이고 한 사람이 장시간 동안 러셀하는 일은 피해야 하며, 팀원이 교대로 러셀을 하는 것이 체력을 안배하는 요령입니다. 한 사람이 러셀하는 동안 다른 대원들은 휴식을 취하며 교대로 러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허리 정도 빠지는 깊은 눈에서는 사실상 등반이 불가능하므로 올라왔던 길로 과감하게 철수해야 합니다. 겨울 산에서 지나친 과욕은 저체온증이나 피로동사와 같은 조난으로 직결될 수도 있습니다.

심설 산행은 목적지까지 예상 소요시간과 러셀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한 후 시간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철수해야 합니다. 철수 과정에서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올라왔던 길이 눈에 묻혀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보라가 치는 상황 속에서는 얼마 전에 뚫어 놓은 길이라 해도 금방 눈에 덮여 버리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가파른 설사면을  오를 때는 지그재그로 올라야 수월하며, 설사면을 내려갈 때는 러셀 보다는 글리세이딩으로 내려가는 것이 체력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분설과 같은 불안정한 설사면에서 하중을 가할 때는 눈사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눈의 상태를 관찰하고 주위에 얼어있는 부분이 보이면 글리세이딩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러셀할 때는 피켈 보다는 긴 알파인 스틱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걸으면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으나 굳은 눈에서는 피켈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심설등반은 경험자를 동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고글을 착용해서 설맹을 예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