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_ 윤고은
P36
이제 요나는 그녀가 상상한 비행기 안에 있었다. 담요를 목까지 끌어 올리고 각진 모서리가 없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저 아래는 점. 점. 점 박힌 불빛들로 모자이크 처리가 된 것 같았다. 위에서 보니, 도시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고도비만인 도시를, 그 안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만 여겼다. 이렇게 거리를 두고 내려다보니, 모든 게 다 별거 아닌 듯 보였다. 밤 비행기는 순항 중이었다.
P188
"뇌를 촬영한 영상이 있어요. 본 적 있어요?"
"글쎄요"
"난 본 적이 있어요. 사람의 뇌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뇌속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요. 그걸 포착한 사진인데, 꼭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 불빛이 켜졌다가 꺼졌다가 다시 빛났다가 꺼졌다가. 반짝반짝하거든요."
"크리스마스트리 본 적 있어요?
"크리스마스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곤 럭이 혼자 웃었다.
"사실 직접 본 건, 리조트가 생기면서부터네요. 그것보다 더 많이 본 건 저 별들이죠. 그러고 보니, 뇌의 영상이 저 하늘을 닮은 것도 같네요. 거은 바탕에 흰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거든요."
요나는 럭을 따라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음 순간 럭의 떨리는 목소리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내가 당신을 떠올릴 때, 내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별이 빛나고 있을 거에요. 나도, 당신도, 그걸 직접 보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내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별이 반짝이고 있을 거에요."
빛의 각도에 따라 울록불룩 솟아나는,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향해, 천만 선인장이 다 발기하는 그 고요한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