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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 _ 요시다 슈이치
한 용 석
2017. 8. 18. 13:30
P104
"인간이란 존재는 자기가 잘못됐다고 알아챈 순간, 그걸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잘못되지 않은 게 될까, 어떻게 자기가 옳은 게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래도 뭔가를 선택한다는 건 호화로운 거라네요. 결국 자기들은 그 '선택'하는 권리를 가로채여서 이렇게 매일 광장에서 항의하는 거라고."
겐이치로는 설마하니 자기 결혼식과 홍콩의 우산혁명이 연결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인간이란 정말 호화롭게 만들어졌다 싶대요. 선택해도 된다고 하면 '귀찮다'과 하면서 선택할 수 없게 되면 초조해하고"
(중략)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방침을 바꾸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일로 자기나 미셸은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중략)
겐이치로는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맞은편 맨션의 커튼이 바람결에 나부끼며 흔들렸다. 조금 전에는 위험하게 보였는데, 왜 그런지 지금은 개선(凱旋)의 깃발이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다.
P491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아니야. 난 당신 게 아니야. 나도 뭔가를 바꿀 수 있어.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자루의 펜으로도 세계를 바꿀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