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두 알 - 박노해

한 용 석 2016. 11. 13. 20:07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것 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다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