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민병헌의 포르노그래피

한 용 석 2016. 9. 17. 18:13

좋은 언어만이 인류를 구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 있는 사물을 안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언어는 우리가 지금 저마다 낯선 나라 말로 불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환경의 실체에 대해 서로 소통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튜어트 체이스,「말의 횡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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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바라보는 저 풍경은 풍경이 맞긴 한 것일까? 우리가 풍경이라 이름 붙인 수많은 것들은 어쩌면 잠시 우리 눈에 비치 흐릿한 현상 같은 것은 아닐까? 롤랑 바르트는 현상은 눈에 보이는 약호화(reference)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보고 기억한 것들은 채집해 놓은 열거 속에서만 그동안 우리는 현상은 분석하고 성실히 탐독해 왔다고. 예술가들의 약호화 과정에는 언어능력의 부재로 인해, 혹은 어린 시절 특별한 체험으로 인한 어떤 도식의 미발달이나 부정성으로 인해, 약호화 과정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마거릿 리빙스턴의 의견은 좀 더 능동적이다. 그는 「시각과 예술」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위대한 화가들은 약호화를 부정하면서 깊이감과 운동감을 포착하는 눈의 작용을 교란시키는 기법들을 개발해 왔다고 분석한다. 우리의 눈과 귀와 입들은 저 흐릿한 풍경들과 교감하기 위해선 조금 더 농밀해져야 할 것 같다.


p6

희미하지만 그 안에서 어둡고, 어둡지만 그 안에서 밝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