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가 생각하는 것은 - 백석
한 용 석
2016. 5. 2. 08:20
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긋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단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것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단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아서라 세상시>라도 들을
류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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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디기 : 따지기. 이른 봄 얼었던 흙이 풀리려고 하는 무렵
누긋하니 : 누긋하니. 눅눅하니
싸단니고 : 싸다니고, '단니다'는 '다니다'의 고어
<아서라 세상사> : 작자 미상의 판소리 단가<편시춘>의 서두.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편시춘>은 가장 성창되는 단가 중의 하나로 당시에 인기 있었던
임방울을 비롯해 이봉희, 오비취 등이 취입한 음반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