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석양 - 백석
한 용 석
2016. 4. 15. 08:12
거리는 장날이다
장날 거리에 녕감들이 지나간다
녕감들은
말상을 하였다 범상을 하였다 쪽재피상을 하였다
개발코를 하였다 안장코를 하였다 질병코를 하였다
그 코에 모두 학실을 썼다
돌체돋보기다 대모체돋보기다 로이도돋보기다
녕감들은 유리창 같은 눈을 번득거리며
투박한 북관말을 떠들어대며
쇠리쇠리한 저녁해 속에
사나운 즘생이같이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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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재피 : 족제비
개발코 : 개의 발처럼 너부죽하고 뭉툭하게 생긴 코
안장코 : 안장 모양처럼 등이 잘록한 코
질병코 : 질흙으로 만든 병처럼 거칠고 투박하게 생긴 코
학실 : 돋보기
돌체돋보기 : 돌안경
대모체돋보기 : 바다거북의 껍데기로 테를 만든 안경
로이도돋보기 : 로이드 안경. 둥글고 굵은 셀룰로이드 테의 안경. 미국의 희극배우 로이드가 쓰고
영화에 출연한 데서 유래한다.
쇠리쇠리한 : 눈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