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실로 - 이상화

한 용 석 2016. 4. 10. 09:26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

하여 돌아가려는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

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도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

워 떨며 기다리노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

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 닭이 울고-뭇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나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둔 침실로 가

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

는 내 마음의 촉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얄푸른 연기로 꺼

지려는도다.


  '마돈다' 오너라 가자, 압산그르매가, 도깨비처럼, 발

도 없이 이 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에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으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았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

를 내 귀가 들음은-,

  내 몸에 피란 피- 가슴의 샘이, 말라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

자, 끄을려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내 침실이 부활의 동

굴임을 네야 알년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엮는 꿈, 사람이 안고 둥

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

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

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

여 너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