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원도 - 남행시초 1 - 백석
한 용 석
2016. 3. 16. 18:32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이고 싶은 길이다
개 더리고 호이호이 희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괴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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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포기 : 가지가 다보록하게 퍼진 작은 소나무
엎데서 : '엎드려서'의 고어
땃불 : 땅불. 땅 위에 아무렇게나 질러놓은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