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탕약 - 백석
한 용 석
2016. 3. 15. 19:49
눈이 오는데
토방에서는 질화로 우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
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 보한다는 육미탕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 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 하다
그리고 다 달인 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어놓은 것은
아득하니 깜하얀 만년 녯적이 들은 듯한데
나는 두 손으로 고이 약그릇을 들고 이 약을 내인 녯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내 마음은 끝없이 고요하고 또 맑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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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변 : 숙지황. 지황 뿌리의 날것을 쪄서 말린 약재
목단 : 목단피. 모란 뿌리의 껍질
백복령 : 빛깔이 흰 복령. '복령'은 구멍장이버섯과의 버섯
산약 : 마의 뿌리를 한방에서 이르는 말
택사 : 택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는 약용한다
육미탕 : 숙지황, 산약, 산수유, 백복령, 목단피, 택사 따위를 넣어서 달여 만드는 보약. 이 시에서는 산수유 대신에
삼이 들어가 있다
밭어놓은 : (건더기와 액체가 섞인 것을) 체 같은 데에 걸러 액체만 받아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