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성 - 백석

한 용 석 2016. 1. 28. 12:07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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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성 : 정주는 평안북도 서남부의 해안지대. 백석의 고향. 정주성은 조선시대 성곽

뷔였나 : '비었나'의 고어

아즈까리 : '아주까리'의 평북 방언

문허진 : '무너진'의 고어

어데서 말 있는 듯이 : 어디서 말소리가 나는 듯이

한울 : 하늘

청배 : 배의 일종으로 일찍 익으며 빛이 푸르고 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