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닥불 - 백석
한 용 석
2015. 11. 13. 12:12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나리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
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
러운 아이로 불상하나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