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한 용 석 2015. 11. 9. 09:17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